2020.11.02.월 18:00 기획팀 강지수 작성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인트로에는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확신하건대 별거와 이혼, TV채널의 홍수와 대화의 단절, 무관심, 우울증, 자살, 노이로제 공황발작, 비만,
긴장, 불안, 건강염려증, 스트레스, 비활동적인 생활 이 모든 것이 건축가 때문이다.”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인트로
사람이 일하고, 살고, 머무르고, 지나가는 ‘공간’의 모습은 사람의 ‘삶의 질’에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중요해지며 인테리어, 가구업체 매출은 늘어가고 있고, ‘집’과 관련된 TV프로그램 또한 끝없이 나오고 있다. ‘내 집’과 같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도시의 공공공간’에서 보낸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나 골목길처럼 이웃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유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쩌면 개인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공공간과 공유공간에서 즉, 도시에서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 강남의 모습 / 서울 스퀘어
내가 머무르는 집의 모습에 따라 나의 삶의 달라지는 것처럼 내가 걷고, 머무르고, 일하는 도시의 모습에 따라 나의 삶, 행복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살고 있는 집만큼이나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 내가 일하는 도시의 모습을 다듬고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도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정부, 지방지자체에 의하여 마을공동체 중심의 정책,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도시 재생, 도시 재개발, 공공미술 등 다양한 정책, 개인 기업을 통해 시도, 진행중이다. 도시를 가꾸는 여러 요소 중 대형 건축물이라는 공개된 장소와 결합되어 공공예술의 한 형식으로 간주되는 미디어 파사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15,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의 잠시 정지 (A Pause in the City That Never Sleep)'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가 합성된 용어로, 건물 외벽을 스크린으로 하여
빔 프로젝터 빛을 투사시켜 3D 가상현실과 다양한 창조물을 구현하는 예술이다.
2015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의 잠시 정지(A Pause in the City that Never Sleep)’는 미디어파사드의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멈추지 않는 도시에서 사람들을 잠시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 하품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3분간 보여주는 전시로 잠들지 않는다는 도시의 특성을 가지고, 도시와 어울리는 영상으로, 도시의 사람들에게 담론거리를 던지며 쉼 없이 흘러가는 화려한 도시 속에서 잠시 침묵과 멈춤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확산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였으며, 실제로 도시의 사람들에게 잠시 멈춤을 선물했다. 잠시 멈출 수 있는 도시, 이야기거리를 계속해서 던지는 도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주는 미디어아트, 미디어 파사드는 도시계획만큼 거창하진
않아도 도시의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2020, 디스트릭트 'Wave'
가장 최근 주목을 받았던 미디어아트는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 무역센터 일대 ‘SM타운 외벽 미디어’에
디스트릭트가 전시한 ‘Wave’이다. 이는 기존 미디어 파사드보다 더 입체적으로 실제 파도가 눈앞에서 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관람객들에게 도시에서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였다. 잠시 멈추어서 80.8*20.1m의 큰 전광판 속의 푸른 파도는 복잡한 도시를 시원하게 물들이며, 답답한줄도 몰랐던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었다. 푸른 파도는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기대하게 하고, 평범했던 일상을 그립게 하며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총체적 소통의 장을 마련하였다.
2020, 뉴욕 맨해튼 PSA캠페인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봉쇄 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현재 뉴욕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현 상황에 맞는 예술 작품들을 수많은 전광판을 통해 전시하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전광판은 삶의 공간에
어우러져 있으며 상업광고 외에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아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플랫폼을 통하여 공공의 장소에 보여지는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비일상을 만나게 하며, 이는 짧은 휴식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현시대의 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통의 도구로서 존재하며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공미술, 미디어아트는 예술과 일상의 간극을 좁히며 도시의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잠시 정지할 수 있는 도시를 그리고 삶터를 만들고자 하는 고민과 움직임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하며 언젠가 누구에게나 그런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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